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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의 TalkTalk】ESG 임원네트워킹 참관기


독자 여러분, 지난 한주도 안녕하셨는지요? 5월에는 정말 행사가 많아 임팩트온 식구들도 여기저기 분주히 다니고 있지만 다 커버하지 못하네요. 행사 후속기사도 좀 늦게 출고되기도 합니다. 오늘 보내드리는 뉴스레터도 좀 늦은 행사 후기입니다.
ESG 생태계가 확대되면서, 지난해 ESG 평가 위주로 분주하던 기업 현장에선 올해 들어 내재화를 위한 체계 마련 및 사내 교육, ESG 데이터 플랫폼 구축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특히 ESG에 관한 국내외 흐름이 공시 의무화와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까지 맞물리게 되자, 각 기업 ESG팀이 전략이나 기획부서로 소속이 바뀌기도 하고 IR 및 조달(구매)부서와 적극 협업하는 흐름도 관측됩니다. 무엇보다 기업 ESG팀의 갈증이 커지는 분야는 다양한 타사 네트워킹을 통한 정보 교류와 학습,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저는 지난 10일  ㈜더씨에스알이 개최한 기업 임원네트워킹 모임에 참석, 현재 기업 임원들은 어떤 고민을 하는지 들어봤습니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엔론 사태를 통해 우리는 기업의 과도한 단기 성과 압박은 비윤리적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업은 전사적인 공감대 형성을 기반으로 중장기적 ESG 목표를 수립하고 단계적으로 이행하여, 급진적 변화(Radical Change) 보다는 점진적 변화(Incremental Change)를 통해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정세우 ㈜더씨에스알 대표는 이렇게 운을 뗐습니다. 정 대표는 ESG 경영 컨설팅과 교육사업을 운영해온 지 10년이 넘은 전문가로, 대형 법무법인 및 컨설팅조직과의 경쟁에서 탄탄하게 자리잡은 ESG 생태계 내의 몇 안되는 플레이어 중 한 명입니다.
정 대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제2기 THE CSR ESG 리더십 과정- 전사적 ESG 경영 실행을 위한 임원교육 및 네트워킹’을 반나절 가량 진행했습니다. “바쁜 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반나절 교육과 네트워킹을 진행하는 용기가 대단하다”는 우스갯소리에 정 대표는 “지난해에는 하루종일 진행했으나 시행착오를 겪고, 올해 반나절로 줄인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사실 ESG 담당자 혹은 실무자를 위한 교육과 네트워킹은 제법 있지만, 임원을 위한 교육이나 행사는 국내에서 거의 찾기 힘들지요.
올해의 교육은 5가지 세션으로, ‘ESG 전략, 기후전략, 평가대응, 내재화, 컴플라이언스’라는 주제로 이뤄졌습니다. 이번 교육에는 ㈜우리은행, KB증권, ㈜기아, SK이노베이션, 포스코인터내셔널, ㈜대우건설, DL㈜, TKG태광, 한세예스24홀딩스, SK D&D, 한국콜마, CJ프레시웨이, ㈜이랜드월드, 포스코E&C, 포스코플랜텍, Seegene, 현대삼호중공업, LRQA, 세계수산양식책임관리회(ASC) 등 국내 기업과 기관의 임원 29명이 참석했고요.
변화하는 ESG 흐름에 대해, 정 대표는 “모든 기업이 사업적인 경쟁우위 전략을 고민해왔듯이, 이제는 기업 경영의 가치사슬에 ESG라는 렌즈를 끼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SG란 결국 ‘지속가능한 경쟁우위 전략’이라는 것이지요.

 ‘제2기 THE CSR ESG 리더십 과정- 전사적 ESG 경영 실행을 위한 임원교육 및 네트워킹’ 향사./ (주)더씨에스알 제공‘제2기 THE CSR ESG 리더십 과정- 전사적 ESG 경영 실행을 위한 임원교육 및 네트워킹’ 행사./ (주)더씨에스알 제공

| CBAM, 우리 기업의 저탄소 제품 경쟁력은?

글로벌 환경컨설팅기업 ERM의 신언빈 파트너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기업의 대응전략’ 파트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CBAM에 해당하는 국내의 EU 수출액을 보면, 철강이 43억달러, 알루미늄 5억달러, 비료 480만달러, 시멘트 140만 달러입니다. (철강을 납품하는) 포스코의 경쟁력이 올라가야 기아의 경쟁력이 올라가듯, 포스코가 저탄소 철강을 만들어야 기아가 탄소중립 차량을 만듭니다. 그럼 각 국가별로 저탄소 제품을 만드는 경쟁력은 어떤지 한번 볼까요? 2020년 기준으로 전력 1킬로와트 생산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을 보면 한국은 한국 472.4톤, 유럽 215.7톤, 캐나다 123.5톤입니다. 유럽에서는 평균적으로 우리보다 50% 가량의 저탄소 제품을 만들고 있죠.”
한마디로 대한민국은 저탄소 제품에 관한 경쟁우위가 없는 수출품을 만들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신 파트너는 “CBAM이 실제로 시작되는 2026년부터 2035년까지 우리나라의 ETS(탄소배출권거래제) 가격이 유럽연합과 비슷해져야 하는데, 우리는 더 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U는 78.49유로로 11만원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2만2800원으로 계속 떨어지고 최근 1만원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차액이 커지면 커질수록 2026년부터 국내 수출업체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신 파트너는 “제품의 탄소집약도 경쟁이 시작됐으며, 앞으로 기업은 제품의 LCA(Life Cycle Assessment, 환경전과정평가)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LCA란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사슬 전반, 즉 원료 채취부터 제조, 유통, 사용 및 폐기까지 전 과정에 걸친 환경 영향을 평가하는 방법인데요. 예를 들어, 온실가스 배출 비중을 보면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확연히 다릅니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전체 수명주기를 기준으로 했을 때 차량 운행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량이 65~80%를 차지하는 반면, 부품은 18~22%에 불과합니다. 반면, 전기차는 차량 운행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량이 제공되는 전력 생산시 배출되는 량으로 대체되어 급격하게 줄어들게 되고, 차체와 부품의 온실가스 배출비중은 60%까지 높아진다고 합니다. LCA가 없다면, 비교가 불가능해지지만 앞으로 제품의 탄소집약도가 중요해지면서 LCA를 따져볼 경우 ‘우리 기업은 기업 가치사슬 중 어느 곳에서 탄소를 줄여야 하는지’, 소위 ‘핫스팟(hot spot)’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 ESG 평가, 채굴산업은 ESG 점수 골고루 반영 vs. 제약산업은 E 낮고 S와 G 비중 높아

‘기업의 ESG평가를 통해 바라본 투자자 트렌드’라는 주제로 발표를 맡은 S&P Global의 이영진 이사는 “S&P의 지속가능성 평가인 CSA(Corporate Sustainability Assessment)에 관한 오해 중 하나가 기업이 CSA를 통해 설무에 참여해야 평가점수가 나오는 것으로 아는데, 참여하지 않아도 S&P에서 지속가능보고서, 회사 홈페이지 등 외부공시 자료를 참고하여 자체적으로 평가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MSCI의 경우 외부에 공시돼있는 기업의 오픈 데이터로만 평가하는 반면, DJSI의 (영어) 설문방식은 기업입장에서 너무 어려운데, 오픈소스 비중을 더 늘려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한 기업 임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이영진 이사는 “S&P의 ESG평가에는 23가지 기준별, 130개 질문, 1000여개의 데이터포인트가 있는데, 1만개 이상의 기업 ESG평가를 커버한다”고 설명했습니다. 62개의 산업별 평가 중 공통질문을 제외하고는 산업별 특성이 반영돼있는데, 예를 들면 채굴산업은 ESG점수가 고르게 반영되고, 레스토랑 산업은 사회(S)과 거버넌스(G)의 배점이 높고, 제약산업의 경우 환경(E)는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사회(S)와 거버넌스(G)가 매우 높다는 특징을 지닌다고 합니다.
이 이사는 “Scope1의 온실가스 항목만 하더라도 11개의 질문이 있을 정도로, 과거 3개년 연도별 Scope1 배출량, 목표 설정 여부, 공시 여부, 제3자 검증 등 어떤 과정과 절차를 거쳤는지를 중요시한다”면서 “특히 인공지능기반 ESG리스크 평가기관인 렙리스크(RepRisk)를 통해 매일 미디어에 등장하는 기업의 정보를 수집, 중대한 리스크인지 아닌지를 판단해 ESG 점수에 반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이사에 따르면, 올해 ESG 평가에선 생물다양성과 공급망이라는 평가 항목이 고도화 되었다고 하네요.

| 유한킴벌리, 제품 패키지 개발을 위한 3가지 가이드라인은?

기업을 대표해 사례발표를 한 전양숙 유한킴벌리 본부장은 “2030년까지 지속가능한 제품의 매출비중을 95%까지 확대하겠다고 선언할 당시 우리의 지속가능제품 비중은 30% 미만이었다”며, “쉽지 않은 과감한 목표였지만, 그에 걸맞은 노력을 지속한 덕에 모든 사업 부문이 지속가능한 제품을 염두하고 제품 개발에 매진해 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양숙 본부장은 “지난해 340개 ESG 지표에 대해 자체 진단 컨설팅을 받아보니, 의외로 ‘명문화’가 안 되어 있거나, 새로운 요구에 맞춰 점검해야 할 부분을 발견했다”며 “회사에서 오랫동안 지속가능경영을 강조하고, 실천해 오다 보니, 일부에선 ‘명문화까지 해야하느냐’는 반응도 있었는데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에서 이러한 명문화의 중요성을 사내에 강조하고 체계를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제품과 패키지 개발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자체적으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제1원칙은 ‘리듀스(Reduce)’로 원료사용을 최소화하는 것, 제2원칙은 ‘리사이클(Recycle)’로 재활용성을 증대하는 것, 제3원칙은 ‘리플레이스(Replace)’로 탈플라스틱을 위해 지속가능한 원료를 적용하는 것입니다. 특히 패키지에 생분해 원료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이 눈에 띄었는데, 국내 환경 전문가들은 대부분 “국내의 플라스틱 포장재 분리수거 및 재활용 정책에 따라, 생분해 포장은 한국 상황에서는 환경영향 감소에 기여하지 못한다”고 하지요.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만 18년이 됐을만큼 오랜 기간 이를 추진해온 기업답게 매년 이해관계자 조사 1만명, 이해관계자 간담회 정례화 등 내외부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해온 점도 유한킴벌리만의 독특한 강점으로 자리잡았다고 전 본부장은 설명했습니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법무법인 태평양의 이소영 파트너변호사가 법률과 컴플라이언스 관점에서 이사회 운영 및 법률 리스크 관리 전략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주행동주의가 강화되고 있어 이사회 운영과 컴플라이언스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점, 최근 법원의 판례를 통해 이사회의 책임과 의무가 강조되고 있다는 점, BSM(Board Skills Matrix, 이사회 역량평가표)를 공개하는 기업이 늘었다는 점 등이 강조됐습니다.
정세우 대표는 “2016년부터 매년 연말 ESG 트렌드와 미래를 논의하는 ‘THE CSR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해왔다”며 “점점 ESG 경영이 브랜드가 되면서 기업 임원들의 ESG 경영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해답을 찾아가는 이런 자리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는데, 내년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마무리 인사를 전했습니다. 이런 모임의 자리가 많지 않아서였을까. 교육이 끝난 후 저녁식사와 네트워킹 시간이 가장 하이라이트였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갖고 있는 현장의 고충을 나누고 웃픈 사연들 속에서 서로 비슷한 업을 하는 사람들이 갖는 ‘연대의식’을 가졌다고 할까요. 참 오랜만에 반나절 일정을 통째로 비우고 저녁 8시까지 강행군이었지만, 든든한 주머니를 하나 꿰찬 느낌이었습니다. 이번 한주도 평안하세요.

[기사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