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25년까지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에 대한 비재무 성과 공시 의무화 시점이 다가오면서 최초 발간 증가와 공시 품질 향상 등 기업의 가시적 활동이 나타나고 있다. 비재무 공시의 통합 국제 기준도 곧 나올 예정이다.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지난 3월 공개한 지속 가능성 공시 기준 초안에 대해 한국에서도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검토 의견을 한국회계기준원에 전달했다. ISSB는 이 같은 피드백을 반영해 연내 공시 기준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더씨에스알(THE CSR)은 2021년 결산 기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연결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인 기업 229개사를 대상으로 올해 지속 가능 경영 공시 트렌드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시점인 2022년 9월 초까지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를 발간하지 않았거나 온라인 정보만을 공개하는 기업을 제외한 실제 분석 대상은 153개 기업이다. 조사 방법으로는 해당 기업의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 콘텐츠 분석 결과를 정량화해 ①보고서 일반 현황 ②주요 이슈 보고 현황 ③전사적 경영 시스템 보고 현황 등 3가지 관점에서 기업 비재무 성과 공시의 현주소와 시사점을 짚어 봤다.
전 산업에 걸쳐 최초 발간 대폭 증가
보고서 일반 현황을 살펴본 결과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 중 현재 보고서를 발간한 기업은 153개사로 분석 대상 기업의 66.8%에 해당한다. 이 중 올해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를 처음 발간한 기업은 36개사(23.5%), 최근 3년 내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를 처음 발간한 기업은 72개사(47.1%)로 나타났다. 공시 의무화 발표와 함께 최근 3년간 보고서 발간 기업 수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제조업 외에도 소비재, 물류·운송, 지주사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분포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으로서는 보고 분량도 고민의 요소다. 지난 5~6년간 보고 트렌드는 기업이 모든 이슈를 보고하기보다는 중대성 이슈를 중심으로 보고하는 경향이 강했다. 예를 들면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쉐브론·토탈 등 글로벌 기업은 보고서를 60페이지 분량으로 유지하고 지속 가능 경영에 대한 정책·전략·성과 등 방대한 양의 데이터와 정보를 자사 홈페이지에 상세히 공개하는 식이었다. 반면 최근에는 투자자의 정보 공개 요구가 강화되면서 전반적 보고서 분량 증가 추세를 보인다. 조사 기업 중에는 100~12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가 가장 많았고 SK(주)처럼 연결 회사의 주요 성과를 포함하거나 KT&G처럼 연차 보고서를 포함해 200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발간한 사례도 발견된다.
기업의 활동을 통한 주요 이슈의 ‘영향력’을 파악하고 공시하는 것은 글로벌 공시 가이드라인이 제시하는 도전적 과제다. ‘GRI 스탠다드 2021’은 2023년 1월 1일 이후 공개 보고서에 보고 이슈가 경제·환경·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술을 요구하며 2024년부터 유럽 내 도입되는 기업 지속 가능성 보고 지침(CSRD)은 지속 가능성 이슈가 보고 기업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인에게 미치는 영향도 함께 파악하는 이중 중대성(double materiality) 평가를 요구한다.
조사 기업 29개사(18.9%)는 이 가운데 중대성 평가를 선제적으로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새로운 방법론을 선제적으로 적용하는 고무적인 시도에 비해 영향력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해 공개하는 기업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은 기업의 향후 과제로 여겨진다.